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영토 확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BYD와 CATL 등 중국 대표 전기차·배터리 기업은 세계 곳곳에 현지 생산 시설을 구축하며 전기차 굴기를 과시한다.
일부 국가에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지속되고 있으나, 현재 전기차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중국의 시장점유율은 이미 과반을 넘어섰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글로벌 시장에 등록된 전기차는 580만8000여대로, 전년 동기 대비 34.6% 증가했다. 1~2위는 중국 BYD와 지리그룹으로 미국 테슬라를 앞서며 규모의 경제에서 우위를 점했다.
BYD는 전년 동기 대비 43.2% 늘어난 124만2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올해 600만대 판매를 목표로 삼은 BYD는 헝가리와 터키 등 유럽,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 공장을 건립, 관세와 보조금 정책에 대응하고 있다.
지리그룹은 61만6000대를 판매하며 79.4%의 가파른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리그룹 고급 브랜드 지커, 링크앤코 등 다양한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이다.
반면 테슬라는 모델 3와 모델 Y 판매 감소로 전년 동기 대비 13.4% 감소한 42만2000대에 그쳤다. 특히 유럽과 북미 판매가 각각 34.6%, 9.1% 줄었다.
당장 미국과 유럽의 관세 장벽으로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시장점유율 확대가 일부 제한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입장에서 중국은 막강한 경쟁자다.
중국 기업은 유럽에서 상계관세가 부과되자 전기차 대신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시장을 공략하며 한국 자동차와 직접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서도 맞붙고 있다.
중국 전기차가 급격히 성장한 배경에는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한 기술 굴기와 '차해전술'로 불리는 신차 물량 공세가 자리하고 있다.
다수의 중국 완성차 브랜드는 한해 수백여종 전기차를 시장에 쏟아내면서 판을 흔들고 있다. 지역별, 연령별로 특화된 현지 전략형 모델을 개발해 다양한 소비자의 마음을 열고 있는 것이다.
연구개발(R&D) 비용 역시 미국, 유럽 전통 자동차 기업을 능가한다. 지난해 BYD는 연구개발(R&D)에 중국 상장사 중 가장 많은 541억6100만위안(약 10조2400억원)을 쏟아부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웠던 중국 전기차가 기술력까지 갖추면서 영향력은 더욱 막강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의 관세 압박 국면에서 중국의 제품 전략은 세밀하고 정교해졌다.
악재 속에서도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는 중국 기업의 저력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중장기 전략 수립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전기차·배터리 초격차 기술 확보를 통해 경쟁자를 압도하는 제품력을 키워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 중국의 기술 굴기 속에 탄생한 이재명 정부 출범에 자동차 산업계의 기대감이 크다. 지속 가능한 자동차·모빌리티 산업 성장을 위한 민관 협력 로드맵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제조업 육성책, 배터리와 자율주행, 모빌리티 플랫폼 등 중장기 미래 기술 확보에 새 정부가 힘을 실어주길 기대한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