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간 관계가 공개적으로 파탄을 맞으며, 테슬라 주가와 머스크 개인 자산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밀월 관계를 과시했던 두 인물 간 정치적 충돌이 테슬라의 사업 전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머스크는 올해에만 901억달러를 잃으며, 총자산은 3420억달러로 감소했다. 이는 전 세계 억만장자 500명 중 최대 낙폭이다. 작년 12월 최고치였던 4860억달러와 비교하면 약 1400억달러(약 193조2000억원)가 줄어든 셈이다. 특히 최근 며칠 사이 낙폭이 가팔랐다. 머스크의 자산은 지난 4일 기준 3680억달러였지만 하루 만에 330억달러(약 45조5400억원)가 증발하고 이날까지 3420억달러로 소폭 회복됐다.
테슬라 주가가 흔들리면서 자산도 크게 출렁인 것이다. 머스크는 테슬라 지분 약 13%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테슬라 주가가 연일 약세를 보이면서 시장 우려도 커지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4일 332.05달러에서 5일 284.70달러로 하루 만에 14.2% 급락한 뒤, 6일 소폭 반등해 295.14달러로 마감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고점(479.86달러) 대비 38.5% 하락한 수준이다.
트럼프와 머스크간 갈등의 골은 연일 깊어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머스크는 X(옛 트위터)에 아르헨티나 정부가 긴축재정을 통해 단기간 내 재정 흑자를 달성했다는 게시물을 공유하며 트럼프가 추진 중인 대규모 감세·부채 확대 법안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 역시 머스크를 향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같은 날 트럼프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와의 관계에 대해 “끝났다”고 선언했다. 머스크와의 대화 의향에 대해서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머스크가 트럼프의 감세 법안을 “역겹다”고 비판한 데 대한 정면 대응이다. 트럼프는 최근 머스크 측근의 항공우주국(NASA) 국장 지명을 철회하기도 했다.
이같은 정치적 충돌은 테슬라 핵심 사업인 완전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 추진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머스크가 직접 나서 트럼프 행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가운데 규제 당국의 운행 승인 여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은 SNS '트루스소셜'에서 “우리 예산에서 수십억 달러를 아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의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끊는 것이다”며 스페이스X 등 머스크 소유 사업체와 맺은 연방 정부 계약을 끊어버리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테슬라 주가 하락과 실적 부진, 정치적 갈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머스크 입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독일 도로교통청(KBA)에 따르면 5월 테슬라 차량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36% 급감했다. 기술·산업·정치 전반에서 '머스크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