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최고지”… 사라지는 '남아선호', 선진국일수록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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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선호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여아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

남아 선호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여아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부모들이 여아를 축복으로 여기는 시대가 됐다”며 “이는 인류사에서 처음 나타나는 변화”라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000년 170만명, 2015년 100만여 명에 달했던 남아 출산 초과 수가 올해는 약 20만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자연적인 태아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05명이다. 하지만 초음파 기술이 보급되면서 태아의 성별을 확인할 수 있게 되자 일부 문화권에서는 여아 출생이 의도적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자연적인 남녀 출생 비율도 회복됐다. 한국의 경우 1990년 여아 100명당 116명의 남아가 태어났으나 현재는 자연 수준인 105명 수준으로 회복됐다.

이에 더해 중국과 인도에서도 남아 선호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2000년대 내내 여아 100명당 남아 117명이라는 높은 성비를 유지했으나, 2023년에는 111명으로 낮아졌다. 인도 역시 2010년 109명에서 2023년 107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여아 선호 현상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5년 한국 여성의 48%는 “아들을 꼭 가져야 한다”고 답했으나 2003년에는 그 비율이 6%로 떨어졌다. 현재는 절반에 달하는 여성이 딸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매체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여아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전국 출산력 조사 결과, 딸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1982년 48.5%에서 2002년 75%로 크게 증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입양이나 불임 치료처럼 성별 선택이 가능한 환경에서는 여아 선호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짚었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일부 부모는 딸을 입양하기 위해 최대 1만6000달러(약 2200만 원)를 더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뉴욕의 난임 치료 클리닉에서는 여아를 원해 성별 선택 시술을 받는 부부가 늘고 있으며, 시술 비용은 최대 2만 달러(약 2700만 원)에 이른다고 매체는 전했다. 한국에서도 여아가 입양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여아 선호 현상으로의 변화에는 문화적 인식 전환을 비롯해 사회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매체는 성비 불균형으로 인한 미혼 남성의 급증,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신부값'(매매혼 사회에서 신붓집에 제공하는 대가) 관습 등도 남아 선호를 줄이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한편, 일부 사회학자는 딸이 아들보다 홀로 사는 노부모를 부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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