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업자 벤처 인증 박탈…새 정부 '40조 투자' 기조와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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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당 주최로 열린 국민개표방송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공동취재)

새 정부가 딥테크·핀테크 등 혁신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벤처 투자 확대 기조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가상자산사업자들이 여전히 7년 전 기준으로 벤처기업 자격에서 배제되며 역차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벤처기업으로 인증을 받은 가상자산사업자(VASP) 3곳에 대해 인증 취소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신규 VASP 신고를 완료한 업체들이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는 각 기업의 소명을 받은 뒤 최종 취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업계는 “소명은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은 2018년 10월 개정 이후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의 매매 및 중개업을 '벤처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업종'으로 명시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모든 가상자산사업자는 벤처 인증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얘기다. 앞서 인피닛블록 등 국내 블록체인 기업은 VASP 신고 수리가 됐다는 이유로 벤처인증을 취소당했다.

문제는 가상자산이 제도권 편입을 앞둔 현시점에도 '가상자산 = 사행성' 인식이 팽배했던 7년 전 기준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새 정부가 연간 40조원 규모의 벤처 투자 시장 확대를 예고하며 딥테크·핀테크 등 혁신 유니콘 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모호한 기준과 예외 규정은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초기 투자를 유치하려는 단계에서 벤처 인증 취소는 기업의 신뢰도와 성장 가능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편입되고 법인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상자산사업자 전반을 사행성 업종으로 간주하는 인식은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가상자산사업자 범위는 단순 거래소를 넘어 지갑 서비스, 수탁, 중개 플랫폼 등 기술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다. 투자 인프라나 기업용 서비스 등을 개발하는 기술 기반 기업조차 업종 코드 하나로 벤처 자격을 박탈당하고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처로 꼽히는 신용보증기금 역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보 관계자는 “가상자산 매매 및 중개업은 보증 취급 유의업종으로 분류돼 일반 업종보다 엄격한 심사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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