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한류가 세계적 문화현상으로 부상한 지 30년. 그러나 콘텐츠 산업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피크 한류론'과 '한류 위기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한류의 조건을 성찰하고 미래 전략을 제시한 책이 나왔다. 고삼석 동국대 AI융합대학 석좌교수(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가 펴낸 '넥스트 한류'는 AI 시대, 플랫폼 종속 구조, 팬덤 피로도 등 복합적 위협 속에서 한류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한 현장 밀착형 기록이다.
이 책은 △한류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성찰 △첨단 기술과 콘텐츠의 융합으로 대표되는 '엔터테크' 트렌드 분석 △CES, SXSW 등 글로벌 현장 르포 등을 통해 K콘텐츠 산업의 생태계와 정책 설계에 실질적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특히 저자는 동남아시아, 미국, 중국 등을 직접 방문해 현지 한류 소비자, 전문가, 정책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진단하고 그 대안을 제시했다.
책은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된다. 1장은 '한류의 현재'를 돌아보는 성찰편이다. '디지털 미디어가 견인한 한류 세계화'에서부터 '동남아 한류 전략 전환', '한류-아시아 콘텐츠의 공진화 가능성', 'MBC경남과 지역 콘텐츠 생태계' 등 콘텐츠 산업의 구조적 과제를 집중 조명한다. 특히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대만 등 현지 현상과 인터뷰를 통해, 표면 아래 감춰진 한류의 취약성과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짚었다.
2장에서는 '한류의 미래'를 이끌 핵심 동력으로 '엔터테크'를 제시한다. 생성형 AI, 확장현실(XR), 버추얼 프로덕션, 디지털 휴먼, 인터랙티브 콘텐츠 등 기술 기반의 콘텐츠 혁신 흐름을 분석하고, SXSW·CES 등 글로벌 전시회에서 확인한 주요 트렌드를 정리했다.
콘텐츠 생태계의 자생력 확보, 플랫폼 주권 회복, 기술기반 혁신 전략 수립 등 실천 가능한 대안을 풍부한 사례와 함께 제시한다.
저자는 콘텐츠 산업의 미래는 더 이상 '무엇을 만드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고 소비되는가'에 달려 있다며 지속가능한 한류는 기술과 창의성, 플랫폼 전략의 균형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내는 한류에서 함께 만들고 즐기는 한류, 나아가 문화적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는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저자의 이 같은 구상은 '세계 5대 문화강국 실현'을 공약으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의 콘텐츠 및 한류 정책 설계에 구체적인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