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꾸준히 우상향을 그리는 그룹에게는 뛰어난 가창력이나 눈을 사로잡는 퍼포먼스, 탁월한 비주얼, 혹은 예능과 연기까지 아우르는 다재다능 등 제각각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공통된 이유도 있으니, 그것은 바로 ‘좋은 음악’이다.
그룹 보이넥스트도어(성호, 리우, 명재현, 태산, 이한, 운학)도 마찬가지다. 2023년 5월 발매한 데뷔 싱글 ‘WHO!(후!)’로 약 11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한 보이넥스트도어는 네 번째 EP ‘No Genre(노 장르)’로 약 116만 장의 판매량을 달성하며, 2년 만에 10배의 성장을 이뤄냈다.
그리고 이들의 이런 급격한 성장에는 ‘좋은 음악’이 든든하게 뒤를 받치고 있다.
실제로 데뷔 싱글 ‘WHO!’의 수록곡 ‘돌아버리겠다’, ‘One and Only(원 앤드 온리)’, ‘Serenade(세레나데)’는 활동 종료 이후 ‘노래가 좋다’고 입소문을 타며 역주행하며 K팝 팬의 눈도장을 찍었고, 이후 발매한 ‘뭣 같아’, ‘Earth, Wind & Fire(어스, 윈드 & 파이어)’, ‘부모님 관람불가’, ‘Nice Guy(나이스 가이)’ 등도 줄줄이 호평을 받았다.
특히 2025년 발매한 디지털 싱글 ‘오늘만 I LOVE YOU(아이 러브 유)’는 음원차트에서도 1위에 오르며 대중성까지 확보하는 데에 성공했다.
최근 발매한 네 번째 EP ‘No Genre’는 보이넥스트도어의 이런 ‘좋은 음악’에 대한 의지를 꽉꽉 눌러 담은 앨범이다.
EP 제목을 ‘No Genre’라고 정한 것부터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보이넥스트도어가 생각하는 ‘좋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태산은 ‘No Genre’를 “장르에 갇히지 않고 전달하겠다는 우리의 뜻을 담았다. 장르나 메시지에 갇히지 않고 어떻게 (우리의 의도와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작업이 시작됐다. 다만 한가지 답을 찾겠다고 접근하기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여러 가지로 연구를 많이 했다. ‘어떤 음악이 좋은 음악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공감이 되는 음악, 보이넥스트도어의 색을 담으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한은 “이번 EP는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한 앨범이다.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수록했다”라고 덧붙여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매력을 자신했다.
이 같은 멤버들의 ‘장르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는 타이틀곡 ‘I Feel Good(아이 필 굿)’에서도 드러난다. ‘I Feel Good’의 뮤직비디오는 전설적인 음악 그룹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를 연상케 하는 프리스타일 랩으로 시작해 펑키한 댄스 음악으로 이어진다.
직접적으로 비스티 보이즈를 오마주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비스티 보이즈가 랩과 록, 펑크, 메탈 등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으로 레전드의 반열에 오른 것을 떠올리면 꽤 의미심장한 대목다.
이에 운학은 “‘I Feel Good’의 인트로 랩은 보이넥스트도어의 자유분방함을 보여주고 싶어 뮤직비디오에 삽입했다. 올드스쿨의 느낌과 요즘 느낌을 적절히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태산은 “이번 EP를 준비하면서 공연장에서 다 같이 뛰어노는 노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I Feel Good’의 작업을 시작했다. ‘오늘만 I LOVE YOU’가 큰 사랑을 받았지만, 그와는 또 다른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서 타이틀곡으로 정했다”라고 말했다.

보이넥스트도어의 이런 음악에 대한 집념이 더 특별한 이유는 대부분의 곡에 멤버들이 직접 참여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지코라는 걸출한 프로듀서가 뒤를 받치고 있지만, 앨범이 나올 때마다 이들은 자신들의 비중을 점차 늘려가는 중이다.
명재현은 “어떤 파트를 누가 썼다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시작부터 끝까지 멤버들과 많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업했다”라고 말했고, 태산도 “멤버들과 장난으로 시작했다가 마음에 들어서 지코에게 들려줬는데 오케이를 받기도 했다”라고 덧붙여 여느 때보다 더 많이 앨범 작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또 운학은 “곡 참여는 우리 강점이다. ‘어떻게 해야 보이넥스트도어스러운 멜로디가 나올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I Feel Good’의 가사 중에 ‘날 따라 해봐요. 이렇게’도 보이넥스트도어다우면서도 관객들과 함께 뛰어놀기 좋겠다는 생각에서 넣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보이넥스트도어의 이러한 고민과 노력은 지코도 인정하고 있다.
운학은 “지코가 항상 하는 말이 ‘너희가 앨범에 참여하는 비율이 더 높아져야 한다’이다. 그만큼 성장하고 능력을 키우려고 하고 있다”라고 말해 점점 ‘지코가 프로듀싱한 그룹’이 아닌 온전한 보이넥스트도어로 성장하고 있음을 알렸다.
이어 명재현은 “지코는 대표 프로듀서로서 전체적인 팀의 브랜딩을 같이 고민해 준다. 또 동시에 우리 입장과 의견을 많이 존중해준다. 그래서 보이넥스트도어가 점점 확실한 색을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지코와 많이 소통하고 성장해 가고 싶다”라고 지코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데뷔 이후 계속해서 우상향을 그리고 있는 보이넥스트도어는 데뷔 당시와 달라진 위상에 대해서도 솔직히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은 “이번 투어를 하면서 관객 중에 우리를 보며 정말 눈물을 흘리는 분이 있었다. 또 활짝 웃는 분도 있었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의 감정이 잘 전달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신난 만큼 남을 신나게 하는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것을 실제로 눈앞에서 본 것 같아 뿌듯했다”라고 그 순간을 떠올렸다.
이어 태산은 “고향 집에 내려가니까 부모님 통해서 사인 요청이 300장 넘게 들어왔더라. 그런 걸 보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꼈다. 부모님도 흡족해해서 너무 좋았다”라며 웃었고, 명재현은 “많은 분들이 보이넥스트도어를 청춘으로 생각해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책임감도 느낀다. 그분들의 청춘을 훼손시키지 않게 좋을 것을 전하려고 한다”라고 다짐했다.
또 리우는 “부모님과 쇼핑몰에 갔는데 우리 음악이 나와서 뿌듯하고 행복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쇼핑몰에서도 우리 음악이 흘러나오면 또 어떤 기분일까 싶었다”라고 경험을 전했고, 성호는 “롤라팔루자와 MAMA에 섰을 때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 한 세대를 대표하는 그룹이 되고 싶다. 어떤 세대를 말할 때 ‘OOO키즈’라고 하지 않나. 언젠가는 우리를 보고 가수를 꿈꾸는 아이가 많아졌다는 말을 듣고 싶다. 우리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우리로 인해 가수를 꿈꿨으면 좋겠다”라고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운학은 “나는 언젠가 가지고 싶은 수식어가 ‘국민 아이돌’이다. 우리 뿌리가 한국이니까 꼭 그 말을 듣고 싶다. 앞서서 국민 아이돌이란 타이틀을 얻은 선배들의 뒤를 잇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보이넥스트도어가 지금처럼 ‘느낌 좋게’ 우상향을 이어간다면 결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것이다.

※사족으로 보이넥스트도어와 만난 김에 이날 인터뷰 내용과 전혀 상관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것 두 가지를 물어보았다.
첫 번째는 이한의 독특한 가성이다. 이한은 “재즈보컬을 전공했고, 원래 내가 음역대가 넓은 편이다. 선천적인 부분도 있고 연습도 해서 완성했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멤버 이름을 표기할 때 유독 명재현만 성을 포함한 풀네임으로 적는 이유다. 운학이 밝히기로는 “먼저 데뷔한 선배 중에 ‘재현’이라는 이름이 많아서 혼동을 줄까 봐 그렇게 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