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싱가포르는 면책…AI 학습데이터 저작권 제도 정비 시급

인공지능(AI) 선도 주요국에서 AI 학습용 데이터 저작권 제도가 정립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빠른 제도 정비 필요성이 제기된다.

공공데이터나 저작권이 없는 데이터에만 의존해 AI 모델을 개발하고 고도화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국가적 AI 인프라가 확보되더라도 경쟁력 있는 거대언어모델(LLM)과 응용 모델 개발, 고도화를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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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정보분석을 위한 저작물의 복제·전송을 허용하는 '텍스트 데이터 마이닝(TDM)' 면책조항 도입 또는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일본과 싱가포르는 제도화를 통해 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AI 학습데이터 대상 광범위한 TDM 면책조항을 도입했다. 유럽연합(EU)은 저작권자 유보 결정을 제외하고 TDM 면책을 도입해 권리자의 통제와 투명성을 절충하는 선에서 제도화했다.

영국도 제도화를 앞두고 있다. 민·관 협의를 통해 상업적인 TDM 면책 관련 전면 도입 또는 조건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공정이용 허용으로 기우는 추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AI 규제 완화 기조 속에 최근 미국 하원에서 10년간 주정부의 AI 관련 규제를 금지하는 법안도 통과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상파 방송 3사가 네이버에 AI 학습용 데이터 무단 사용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이 심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창작자 등을 중심으로 AI 학습데이터의 투명한 공개와 저작권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AI 개발자와 사업자에게 학습데이터 공개 의무를 부과하고 침해 피해를 입은 창작자를 보호할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신뢰 가능한 AI 생태계 조성을 위해 기술 혁신과 권리 보호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창작자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와 2023년부터 'AI-저작권 제도개선 협의체'를 운영하며 창작자 보호와 산업 발전 간 균형 있는 제도 마련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AI업계에서는 양질의 언어·시각 데이터 등을 확보하기 위해 도서·논문과 웰메이드 콘텐츠 등 고품질 데이터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저작권법 제35조 포괄적 공정이용 조항에 TDM을 추가, AI 학습용 데이터 저작권 면책을 요청하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저작권 보호를 위한 합리적인 거래 시장 조성 필요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체부 이견으로 AI기본법상 학습용 데이터 저작권에 대한 정의가 마련되지 못했다”며 “이견을 고려, 저작권자 권리는 보호하면서 양질의 AI 학습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원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영국은 창작자 반발에도 TDM 도입을 검토하고 있고 미국은 공정이용 인정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이라며 “세계적으로 AI 시장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만 독자적 입장을 갖기보다 글로벌 동향을 참고해 제도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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